교민들 교회 대피소로 내주고 무료 급식 지원
태풍이 강타한 태평양의 섬 괌을 방문했다가 하늘길이 막혀 현지에 발이 묶인 한국인이 3천200여명에 달하는 가운데 괌 당국이 예정보다 하루 일찍 공항 운영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이들의 귀국길도 빨라질 전망이다.
28일 외교부는 "29일 월요일 오후 3시(현지시간) 괌 현지 국제공항 운영이 재개될 예정"이라며 "이에 따라 국적기(대한항공)가 29일 오후 5시 괌에 도착해 오후 7시 인천으로 출발할 예정"이라고 밝혔다.
이에 따라 관광객들은 29일 밤부터 순차적으로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.
이 소식이 알려지자 관광객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공개 채팅방 등을 통해 뉴스를 공유하며 "조금만 더 버티자"라며 서로를 위로했다. 이들은 귀국 항공기 일정을 알기 위해 항공사로 연락을 돌리는 등 최대한 빨리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.
다만 3천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대기하고 있어 29일 하루 안에 모든 관광객이 한국으로 돌아오긴 어려울 전망이다.
이 때문에 1∼2일은 더 단전 단수가 이어지는 괌에 체류해야 하는 상황이다.
특히 숙소를 구하지 못 한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. 호텔 숙박을 연장하지 못했거나 묵고 있던 숙소가 태풍에 피해를 보며 문을 닫아 당장 거리로 나앉게 된 경우다. 실제로 많은 관광객이 호텔 로비나 연회실에서 노숙하는 사례도 있었다.
이에 정부에서는 현지 한인 교회 등을 통해 임시대피소 2곳을 확보해 임시 숙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. 또 교민들의 도움으로 식량과 식수 등을 구비한 상황이다.
호텔을 구하지 못 해 남편과 임시대피소에서 밤을 지낸 최 모 씨는 "샤워를 할 수 없어 5일 동안 씻지를 못 했다"라고 말했다.
임신부와 고령층, 영유아와 지병이 있는 환자들과 이들의 가족들도 어려움을 호소한다. 이들은 당뇨약이나 혈압약 등 상시 복용해야 하는 약이 떨어져 약을 찾기 위해 약국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. 하지만 한 번에 1천 달러(약 133만원)가 넘는 진료비가 나와 병원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.
외교부는 임시진료소를 통해 이틀간 한인 의사가 진료를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. 임시진료소 운영을 통해 고혈압·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는 여행객의 진료와 약 처방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.
이런 가운데 괌에 거주하는 한인 교민들이 두 손 걷고 나서 관광객들을 돕고 있다.
관광업종 종사자가 많은 교민은 관광객들이 정보 교환을 위해 만들어 놓은 카카오톡 채팅방에 들어와 각종 질문에 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등 관광객들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.
우선 한인 교회 두 곳이 숙소를 구하지 못 한 이들이 잠을 잘 수 있도록 공간을 내주고 대피소에 머무는 관광객들을 위해 식량과 식수 등을 제공했다.
또 한식당들은 무료 급식소를 열고 만둣국과 불고기 등 식사를 내주고 있으며, 관광객들이 마트에서 필요한 생필품을 살 수 있도록 무료로 셔틀버스를 운영하기도 했다.
한 임신부는 몸에 이상이 오자 교민 자원봉사자가 나서 응급실 수속부터 이동, 통역 등을 제공했고, 당장 현금이 없어 병원비를 대납해 주기도 했다.
괌에 거주 중인 한 교민은 "교민들도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보았지만 내 일처럼 나서며 최대한 관광객들을 돕고 있다"라고 말했다.
관광객들 역시 숙소나 상황별 단톡방을 만들어 필요한 물건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는 등 서로 기대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.
또 괌 관광청은 현지 관광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외교부 괌 주재 공관(주하갓냐 출장소)과 파트너십을 맺고 응급 의료기관 방문을 위한 교통편을 지원하기로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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